다극화논평

다큐영화 건국전쟁이 보이는 사실관계의 오류와 왜곡 시대역행적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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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다시 역사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현 윤석열 정부는 뉴라이트 세력을 중심으로 극우주의적 역사관을 심고자 하고 있다. 현 정부는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들을 독립기념관장이나 진실화해위원회 등 역사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곳에 임명했다. 쉽게 말해, 친일성향이 있고 과거의 반공주의적 성향을 가진 인사들을 임명한 것이다. 또한, 윤석열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제에 대한 비판과 관련한 역사는 사실상 얘기를 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얘기만 하면서 6.25 경축사에서나 할 법한 얘기들만 했다. 그리고 KBS 공영방송에선 광복절 특집으로 이승만을 미화하는 다큐영화 ‘기적의 시작’을 방영했다. 이처럼 극우들의 역사왜곡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역사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올해 2월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개봉하여 논란이 됐다. 바로 ‘건국전쟁’이라는 영화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글쓴이는 소위 한국의 우익들이 “건국 대통령 영화가 나온다.”며 칭송하는 모습을 SNS와 유튜브를 통해 알았었다. 영화의 수준은 워낙 저급할 것이라 당연히 예상했고, 정말 궁금해서 이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정말 놀랐다. 여기서 놀랐다는 얘기는 소위 우익들이 얘기하는 “건국 대통령의 진정한 역사를 알게 되었어요.”와 같은 감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영화가 너무나도 오류가 많았기 때문에 놀랐다.

제목에서 본 것과 같이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알려진 우남 이승만을 재평가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한국의 극우들은 이승만이라는 존재를 건국 대통령으로 띄우고자 한다. 마치 미국에서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건국 대통령으로 띄우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의 우익들은 소위 건국 대통령에 대한 이른바 신화적 환상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이승만의 존재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들이 생각하기에 이승만은 대한민국을 건국했고, 저 북한의 빨갱이들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구원한 존재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비판을 한다면, 이들에겐 대한민국을 욕하는 종북 좌파 빨갱이가 된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2024년 7월 1일 기준 총 117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많은 언론들이 이 다큐영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심지어 ‘파묘’라는 영화가 나와 개봉한지 불과 1주일도 안되어 300만 관람객을 돌파했지만, 소위 극우 언론들은 ‘건국전쟁’을 띄우기 바빴다. 조선일보의 경우 3월 25일 “칠곡 이승만 동상에 관람객 발길 이어…’건국전쟁’ 효과”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고, 건국전쟁을 본 한 관람객이 중학생 자녀와 다부동전적기념관 이승만 대통령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더 나아가 기사는 “25일 칠곡군에 따르면 올해 1월 다부동전적기념관 관람객은 6737명이었으나, 건국전쟁이 개봉한 2월엔 7270명이, 3월엔 1만 219명이 찾는 등 상승 추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소위 조선일보가 이렇게 띄운 다큐영화 건국전쟁의 내용을 간략하게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이승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놀랍게도 역사학 전공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이를 매춘으로 규정하여 학계 및 사회적으로 거센 규탄을 받은 류석춘이 자주 등장했고, 안티 페미니즘·친기독교·반공 성향을 가진 트루스포럼 인사가 등장하여 이승만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한 이들의 구성만 보더라도 영화의 편향성과 문제점이 드러난다. 그러다 보니 역사적인 내용에서도 심각한 오류가 존재한다.

영화를 보며 가장 어이가 없었던 내용은 “남한이 친일파 청산을 못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야말로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우선 북한과 달리 이승만의 대한민국 정부는 친일파를 단 한 명도 처벌하지 않았다. 1949년 반민특위가 이승만에 의해 와해된 역사를 보면 남한의 친일파 청산이 하나도 안됐는지 알 수 있다. 반면 북한의 경우는 달랐다. 우선 소련의 서기장인 이오시프 스탈린부터가 북한의 김일성 정권이 반일정권이 되기를 원했고 또 친일파 청산을 지원했다. 해방 이후 북한에 주둔한 소련군과 소련 공산당의 지침은 북한의 친일파 청산을 돕는 것이었다.

북한의 친일파 청산은 1946년에 실행된 토지개혁에서 잘 나타나는데, 토지개혁 자체가 “과거 친일한 지주의 토지를 몰수하여 빈농들에게 5정보 이하 단위로 분배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었다. 즉, 다큐영화는 국내에 나온 북한관련 역사책 대중서 조차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렇기에 과거 친일한 지주들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간 것이다. 관련 연구자 김수지의 저서 『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1950』, “토지개혁은 지주의 권력을 무너뜨렸으며, 지주들 가운데 대다수는 일제 부역자로 규탄 받던 이들이었다. 이들이 규탄 받으며 토지가 몰수된 반면에, 북조선 전체 농민 가구의 70% 이상이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북한이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안했다는 영화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 외에도 제주 4.3학살을 남로당의 폭동으로 묘사하며 미국과 이승만의 학살을 옹호하는 모습을 영화는 보인다. 영화에선 제주 4.3 당시 남로당과 좌파 그리고 봉기 가담자에 의해 죽은 사람이 1,000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제주도를 적색지대로 설정해 놓고, “해안선에서 5km 이외의 내륙지역을 적성지역으로 간주에 모든 것을 죽이고 불태우고 약탈하는 작전”을 벌인 주체는 결과적으로 이승만이 보낸 우익 진압군과 이를 군사적으로 지휘했던 미군이다. 따라서 제주 4.3 당시 학살당한 사람들 대부분은 이승만이 보낸 우익 진압군에 의해 학살당했다. 제주도의 경우 대략 3만 명에서 6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이렇게 보자면, 우익의 학살은 영화에서 언급한 좌익의 학살에 비해 매우 압도적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맥락은 철저히 외면한다. 뿐만 아니라 이승만 정권의 최악의 민간인 학살인 국민보도연맹 학살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 나온 사람들의 주장은 하나로 뭉친다. “이승만은 위대한 건국 대통령이며, 지금까지의 부정적 평가와 비판은 좌파들의 왜곡이고, 따라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것이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띄우는 이승만이라는 인물이 과연 현재로써 띄울 의미가 있는 인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승만은 전적으로 현재 몰락해가고 있는 미국의 지원으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미국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이승만은 초대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당시 이승만이 남한 민중의 대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1946년 8월 미군정이 8,453명의 조선인을 대상으로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략 71% 이상이 통일을 정부수립의 전제 조건으로 봤고, 70%는 사회주의를, 7%는 공산주의를 선호했지만 겨우 14%만이 자본주의를 선호했고, 8%는 무응답이었다. 즉, 이승만이 좋아하는 자본주의는 당시 여론조사로 보더라도 지지율이 매우 낮다.

거기다, 이승만이 그토록 숭배하고 찬양하던 미국은 현재 그 힘을 잃고 있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 패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우크라이나 나치 정권의 거듭되는 군사적 실패 그리고 예맨 후티 전사들의 영미 항공모함 격퇴 등, 미국의 군사적 패권은 점차 약화되어가고 있다. 이들과 함께하는 집단서방도 마찬가지다. 집단 서방은 미국과 함께 러시아를 적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고, 대러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러제재에 동참한 나라는 집단서방 외에는 거의 없고, 나머지 아시아의 절대다수 나라들과 아프리카, 중동, 라틴 아메리카는 이런 제재에 참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으로 소위 제3세계로 불리는 나라들은 집단서방에 대항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니제르를 포함한 사헬지대에서의 반식민주의 봉기가 그러하다.

이와 같은 국제정세 속에서 이승만을 띄운다는 것은 몰락해가고 있는 집단서방의 외교를 따르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승만은 절대적인 친미·친서방 노선을 펼쳤던 인물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이승만은 그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 전쟁이던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 한국군 2개 사단을 파병하고자 했다. 1960년대 박정희의 월남파병 이전에 이승만은 프랑스의 식민지 전쟁을 돕기 위해 베트남에 정규군을 파병하려 했던 인물이다. 전형적인 친미·친서방 외교를 한 인물이 바로 이승만이다.

이렇게 보자면 영화가 호소하는 “이승만의 건국정신을 되새기자”는 의미는 현재 윤석열 정권이 하고 있는 친미·친일·친서방·친우크라이나·친이스라엘 정책을 그대로 옹호하자는 논리로 충분히 연결된다. 실제로 이승만을 옹호하며 띄우는 윤석열 정부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외교를 실천한다는 사실에서 양자간의 연결성은 분명히 있다. 따라서 올해 개봉한 이승만 미화 영화인 ‘건국전쟁’은 대한민국이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몰락해가고 있는 집단과의 외교만을 고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시다. 이승만은 엄밀히 말해서 친미 냉전의 유산이다. 지금과 같은 다극화 세계에서 우리가 보고 분석해야할 것은 우익들이 주장하는 친미주의에 기반한 이승만의 위대한 ‘건국정신’ 따위의 것이 아니라, 친미주의자 이승만의 시대역행적인 국제정세관과 그 속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오류다.

글: 김남기 (다극화포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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