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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 칼라스는 유럽에 진짜 위협이다 — 칼라스는 유럽 연합의 최악의 모습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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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이 어제 불신임 투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그 결과는 그녀의 점점 더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에 대한 당파를 초월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에 대한 지지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조르자 멜로니의 ‘이탈리아형제당’을 포함한 우파 성향의 ECR 그룹에서 나타났다. 이전에는 이들 유럽의회 의원들이 폰 데어 라이엔의 주요 제안들에 대해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소수만이 반대표를 던졌고 대다수는 아예 투표를 기권했다. 또한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불신임안이 우파 포퓰리스트들만의 주도였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좌파 그룹 소속 일부 의원들과,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무소속 좌파 포퓰리스트 의원들도 이 안을 지지했다. 전체적으로 폰 데어 라이엔은 360명의 유럽의회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는데, 이는 2024년 재선 당시보다 40명 적은 수치다.

이처럼 이질적인 정치 세력들이 공통적으로 문제 삼은 핵심 사안은 집행위원회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였다. 실제로 이번 불신임안에는 EU 국가들이 무기 공동 구매를 증대하기 위한 1,500억 유로 대출 계획을 유럽의회 승인 없이 통과시키기 위해 조약의 비상조항을 사용하자는 집행위의 제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목할 점은 이번 불신임안이 단지 폰 데어 라이엔 개인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라 집행위원회 전체, 특히 그녀의 부위원장이자 외교안보 고위대표인 카야 칼라스를 겨냥한  것이다.

칼라스는 에스토니아(인구 140만, 파리보다도 적은 인구)의 전 총리 출신으로, 2024년 12월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로 임명되었다. 그 이후, 그녀는 EU의 무능, 무관함, 그리고 노골적인 어리석음을 누구보다도 선명하게 상징하는 인물로 부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외교정책 중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상한 이 시점에서, 칼라스보다 그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녀는 러시아에 대해 병적이라 할 만큼의 적개심을 보이고 있으며, 부임 첫날 키이우를 방문해 “EU는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길 원한다”고 트윗해 브뤼셀에서 당혹감을 자아냈다. 한 외교관은 “아직도 총리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임명되기 몇 달 전 그녀는 러시아를 여러 개의 ‘소국가’로 분할하자는 발언을 했고, 이후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1991년 국경 완전 복원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이는 사실상 협상의 여지를 봉쇄하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조차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했지만, 칼라스는 이를 여전히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러시아어를 배워야 할 것이다”라는 그녀의 발언은, 러시아가 EU를 공격할 군사적·전략적·경제적 이유가 없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올해 초 그녀는 트럼프의 전쟁 종식 협상 노력을 “더러운 거래”라고 비난했으며, 그 여파로 미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2월 예정되었던 면담을 돌연 취소했다.

칼라스는 러시아 문제에만 집착한 나머지, 다른 외교 현안들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모스크바 주재 영국 대사관에서 근무한 이안 프라우드 전 외교관은, 그녀를 “러시아와의 단절만을 고집하는 단일 이슈 대표”라고 묘사했다.

그녀의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발언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같은 반EU·반나토 성향 정부뿐 아니라, 나토의 우크라이나 정책에는 대체로 동조하지만 러시아를 EU의 당면 위협으로 보지 않는 스페인·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들까지 소외시켰다. EU의 한 관계자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 마치 우리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EU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원래 EU 회원국들의 합의된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이지, 초국가적 외교 정책을 자의적으로 펼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칼라스는 이 직위를 전혀 다르게 해석해 마치 자신이 모든 유럽인을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이는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에서 드러나는 권위주의적 흐름의 한 축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를 옹호한다고 말하면서도, 칼라스는 현재의 직위에 대해 어떠한 민주적 정당성도 갖고 있지 않다. 그녀는 선출된 바 없으며, 그녀의 정당인 에스토니아 개혁당은 지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7만 표도 얻지 못했다. 이는 유럽 전체 인구의 0.02%에 불과하다. 그러나 폰 데어 라이엔은 칼라스를 비롯한 발트해 국가 출신의 초강경 매파 인사들로 집행위를 채웠다. 인구 600만에 불과한 이 지역 출신들이 EU의 외교·안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은, 권력 중앙집중을 추구하는 폰 데어 라이엔의 구상과, 발트 정치세력의 강경한 대러시아 노선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러나 칼라스의 대러시아 적개심은 개인적 역사와 모순된다. 그녀의 가족은 소비에트 체제의 피해자라기보다는, 소비에트 체제 덕분에 중산층 생활을 영위한 집안이었다. 칼라스는 에스토니아 최고의 정치 가문 중 하나에서 태어났으며, 그녀의 아버지 시임 칼라스는 소비에트 관료 엘리트였고 이후 에스토니아 총리와 EU 집행위원을 역임했다. 2010년 정치에 입문한 그녀는 아버지의 개혁당에 입당했고, 2021~2024년 총리를 지낸 뒤 브뤼셀로 향했다. 이러한 배경을 보면, 그녀의 대러시아 강경노선이 과연 진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야망의 가면인지는 의문이다.

그녀의 외교관으로서의 자질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2023년, 칼라스가 총리로 재임 중이던 시절, 남편의 운송회사가 러시아 침공 이후에도 여전히 러시아와 거래를 이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에스토니아 주요 신문 3곳이 그녀의 사임을 요구했지만, 그녀는 “나는 잘못한 게 없다”며 사퇴를 거부했고, 이는 심각한 위선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아일랜드의 중립성에 대해 “대규모 강제 이주나 문화·언어 탄압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발언으로 아일랜드 국민을 크게 분노케 했다. 이는 영국 식민 지배와 북아일랜드 분쟁이라는 아일랜드의 역사에 무지한 발언이다.

더 심각한 외교적 실수도 있다. 최근 중국 외교부장 왕이와의 회담에서, 칼라스는 중국이 러시아를 규탄하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왕이는 중국은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한 적 없으며, 러시아가 패배하면 다음은 중국이 서방의 타깃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는 칼라스가 “유럽이 러시아를 이기지 못하면 중국은 어떻게 상대하겠는가?”라고 했던 발언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게 국제법과 규칙 기반 질서를 훈계하는 그녀의 태도는, 유럽의 위상 하락에 대한 무지와 더불어 EU의 이중잣대가 세계 특히 글로벌 사우스에서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태도다. 칼라스는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에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가자에서의 이스라엘 전쟁범죄(기아, 고문, 무차별 공격, 아파르트헤이트)를 무시하거나 옹호했다. 그녀는 그린란드 병합을 위협한 미국이나,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에도 침묵하거나 지지를 표했다.

이러한 선택적 도덕주의는 EU의 국제적 신뢰에 큰 타격을 입혔으며, 그 책임을 오롯이 칼라스에게만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진짜 문제는 칼라스가 아니라, 그녀 같은 인물이 EU 최고 외교 책임자가 될 수 있게 만든 시스템 그 자체다. 이 시스템은 가장 큰 소리를 지르는 매파들을 보상하고, 민주주의를 경시하며, 외교적 수완보다 SNS용 발언을 더 중시한다. 유럽이 이 길을 계속 간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잃는 것을 넘어 서구 전체의 ‘악화된 자들이 지배하는 체제(kakistocracy)’의 상징으로 전락할 것이다.

토마스 파지 / 2025년 7월 11일

원문 출처: https://unherd.com/2025/07/kaja-kallas-is-the-real-threat-to-eur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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